Econ. Environ. Geol. 2022; 55(2): 183-195
Published online April 30, 2022
https://doi.org/10.9719/EEG.2022.55.2.183
© THE KOREAN SOCIETY OF ECONOMIC AND ENVIRONMENTAL GEOLOGY
Correspondence to : *Corresponding author : psi@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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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drothermal gold deposits are evidence of intensive fluid flow through fault zones, and the resultant vein structures and textures reflect the fluid redistribution mechanism. This review introduces the suction pump and fault valve models as fluid circulation mechanisms causing hydrothermal gold deposits in the frameworks of the concepts of fault mechanics. The suction pump and fault valve models describe faulting-driven heterogeneous fluid flow and related vein formation mechanisms, accompanied by the cycles of (1) stress accumulation and fluid pressure build-up and (2) seismic rupture and stress/fluid pressure release. The models are available under different geological environments (stress conditions), and the vein structures and textures representing the mechanisms have similarities and differences. The suction pump and fault valve models must help better to interpret the origins of hydrothermal gold deposits in Korea and improve the efficiency of further exploration.
Keywords Fault Reactivation, Hydrothermal Gold Deposit, Fluid Pressure, Suction Pump Model, Fault Valve Model
곽유정 · 박승익* · 박창윤
경북대학교 지질학과
열수 금광상은 단층대 내에서 일어나는 열수 유체의 폭발적 흐름의 증거이며,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맥의 구조 및 조직은 열수유체 재분배 기작을 반영한다. 본 리뷰 논문에서는 열수 금광상의 형성을 야기하는 지각 내 유체 순환의 기작으로서 석션 펌프와 단층 밸브 모델을 소개하고 단층역학적인 측면에서 검토한다. 석션 펌프와 단층 밸브 모델은 (1) 지구조 응력의 누적과 유체압의 증가, (2) 지진성 단층파열에 따른 지구조 응력의 해소와 유체압의 감소가 주기적으로 발생됨에 따라 단층을 통해 불균질하게 발생하는 유체의 이동 및 맥의 형성 기작이다. 두 기작들이 작동하는 지질학적 환경과 응력 조건은 서로 상이하며, 결과적으로 형성된 맥의 구조 및 조직적 특성은 서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진다. 석션 펌프와 단층 밸브 모델은 향후 한국의 열수 금광상의 구조적 성인을 정교하게 해석하고 추가적인 탐사의 효율성을 제고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주요어 단층 재활성, 열수 금광상, 유체압, 석션 펌프 모델, 단층 밸브 모델
Seismic faulting controls crustal fluid redistribution and hydrothermal gold mineralization.
The suction-pump mechanism is available in normal fault and strike-slip fault regimes.
The fault valve model is related to high-angle reverse faulting.
열수 금 광상의 형성은 전단대, 단층, 그리고 단열과 같은 지질구조에 의해 제어된다(Cox et al., 2001). 지각을 이루는 암석의 투수성을 고려하였을 때 확산을 통해서만 유체가 이동할 경우 광상 형성에 수백만년 이상의 매우 긴 시간이 소요된다(Townend and Zoback, 2000; Micklethwaite et al., 2015). 하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인 유체의 흐름이 발생하기는 어려우며 일반적으로 열수 금광 상의 형성에는 순간적인 투수성 증가를 야기하는 변형작용이 수반된다(Blenkinsop et al., 2020). 특히 조산형 금광상에서의 함금 석영맥은 그 자체로 열수의 폭발적 흐름의 증거가 되는데, 이는 광상이 형성되는 온도에서 석영과 금의 용해도가 낮기 때문이다(Loucks and Mavrogenes, 1999). 따라서 지각의 변형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유체의 재분배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금 광상의 성인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무결암이 파괴되는 경우, 지표에 수직인 주응력이 최소 주응력(σ3)이면 저각의 역단층, 중간 주응력(σ2)이면 수직의 주향이동단층, 최대 주응력(σ1)이면 고각의 정단층이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Anderson, 1905). 다만 단층활동은 무결암의 파괴보다 기존의 불연속면이 재활성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새로운 응력 환경에서 기존의 불연속면이 주응력축과 이루는 각관계에 따라 재활성 가능성이 결정된다(Sibson, 1985; Morris et al., 1996). 재활성 가능성이 낮은 자세를 가지는 불연속면이 재활성 되기 위해서는 높은 유체압 혹은 낮은 마찰계수가 필요하다. 그 조건이 만족되면 역학적으로 역설적인 저각의 정단층 혹은 고각의 역단층이 발생할 수 있다. 높은 유체압의 영향으로 기존 불연속면이 재활성되어 단층활동이 발생되는 경우 상당한 양의 유체 재분배가 이루어진다. Sibson(1981)은 이러한 유체의 재분배 과정을 유체압 상한에 따라 천부에서 주로 적용되는 석션 펌프 모델(suction pump model)과 중부-심부에서 주로 적용되는 단층 밸브모델(fault valve model)로 구분하여 제시하였다. 이 기작들은 많은 양의 광물 침전을 유발하기 때문에 광상의 구조 규제에 관한 연구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e.g. Cox, 1995; Nguyen et al., 1998; Caine et al., 2010; Peterson and Mavrogenes, 2014; Shelly et al., 2015; Zhou et al., 2021).
한반도에는 약 700개의 금-은 광상이 분포한다(Choi et al., 2006). 이들 광상 역시 단층이나 단열에 의해 규제되어 분포하나 광상 배태와 관련된 구조지질학적 연구는 제한적으로 수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e.g. Lee et al., 1995; Koh et al., 2003; Yang et al., 2013). 이들 연구들 조차도 대부분 단층의 기하적 특성과 운동학적 모델에 의존하였으며 단층 해석의 역학적 접근과 더불어 단층활동에 따른 유체압의 주기적 변화와 유체 이동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설명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본 리뷰 논문에서는 지각 내 열수 금광상을 형성하는 유체 재분배의 기작으로서 석션 펌프 모델과 단층 밸브 모델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단층활동의 기작과 더불어 불연속면과 주응력축의 기하적 관계에 따른 단층 재활성의 조건에 대해 서술한다. 이어서 응력 변화의 주기에 따른 반복적인 단층의 재활성과 유체의 재분배 과정에 대해 설명한다. 각각의 유체 재분배 기작이 어떠한 응력 환경(지질학적 환경)에서 중요하게 작동되는지 정리한 후 이들과 관련된 지질구조 및 맥 조직에 대해 고찰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내 열수 금광상들에 대한 구조지질학적 연구 시 유체 재분배 모델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지각은 작용되는 변형 기작에 따라 탄성마찰영역(elasticofrictional regime)과 준소성영역(quasi-plastic regime)으로 구분된다(Sibson, 1977). 탄성마찰영역에서 암석은 편향응력(deviatoric stress)이 가해졌을 때 주로 취성변형된다. 취성변형은 입자 경계에서의 마찰 미끌림(frictional sliding), 입자의 회전(grain rotation), 입자의 파열(grain fracture)에 의해 발생한다. 한편 준소성영역에서는 확산 포행(diffusion creep), 전위 포행(dislocation creep), 쌍정 형성(twinning)등의 기작에 의한 연성변형이 주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약 25℃/km의 지온구배를 가지는 규장질 지각에서 약 14km 심도를 기준으로 그 상부와 하부를 각기 탄성마찰 영역과 준소성영역으로 정의한다(Twiss and Moores, 1992; Sibson, 2001).
각 영역에서의 변형 기작이 상이하기 때문에 전단변형 집중 구간을 이루는 단층암의 종류 역시 서로 다르다. 점착력이 없는 단층비지(fault gouge) 또는 단층각력암(fault breccia)은 심도 약 4km 이내 천부지각에서 만들어진다(Sibson, 1977). 이보다 깊은 심도의 탄성마찰영역에서는 점착력을 가지는 파쇄암(cataclasite)이 발달한다. 파쇄암은 기질의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원파쇄암(protocataclasite), 파쇄암(cataclasite), 초파쇄암(ultracataclasite)으로 세분된다. 탄성마찰영역에서의 단층활동 시 단층면의 마찰열에 의해 부분용융이 발생되면 유리질의 슈도타킬라이트(pseudotachylite)가 생성되기도 한다(Allen, 1979). 반면 준소성영역에서는 전단변형의 집중에 의해 점착력과 엽리를 가지는 압쇄암(mylonite)이 주로 형성된다. 압쇄암역시 기질의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원압쇄암(protomylonite) 압쇄암(mylonite), 초압쇄암(ultramylonite)으로 세분된다. 상술한 바와 같이 전단변형 집중 구간을 이루는 단층암의 유형이 위치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보를 통해 단층활동이 발생한 지각 영역을 유추할 수 있다(Sibson, 1977, 1986; Scholz, 1988: Fig. 1).
단층활동은 빠르고 일시적인 지진성 미끌림(seismic slip)과 느리고 지속적인 비지진성 미끌림(aseismic slip)으로 구분된다. 이 중 광상이 형성될 만큼 많은 양의 유체 흐름을 수반하는 것은 탄성마찰영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지진성 단층활동이며 그 조건은 아래와 같다.
탄성마찰영역 내 무결암에서 단층활동이 발생되는 경우 암석의 파괴는 모어-쿨롱(Mohr-Coulomb)의 기준으로 설명된다(Nadai,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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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륙 내부 탄성마찰영역에서의 변형은 무결암의 파괴보다는 기존 불연속면의 재활성에 의해 주로 발생한다(Sibson, 1985). 기존 불연속면이 점착력을 가지지 않는다고 가정하였을 때 암석의 파괴는 바이얼리(Byerlee)의 기준을 따른다(Byerlee, 1978).
주응력 σ1, σ2, σ3의 삼축 응력상태에서 σ1방향과
유체압이 존재할 경우 암석에 가해지는 유효응력은 아래와 같이 표현된다(Hubbert and Rubey, 1959).
식 (3)과 (4)를 이용해 식 (2)를 최대 및 최소 유효 주응력의 식으로 다시 표현할 수 있다.
단층이 재활성될 때의 최대 유효 주응력과 최소 유효 주응력의 비를
식(7)을 미분하면 단층 재활성의 최적화 조건인 R의 최소값
식 (7)은 단층면과 최대 주응력축의 각관계(
일반적으로 열수광상의 형성에는 단열 발달, 단층 미끄러짐 등 비교적 빠른 기간 내에 발생하는 변형이 수반된다(Cox et al., 2001; Robb, 2005; Blenkinsop et al., 2018, 2020). 특히 단층활동과 같이 지진을 수반하는 급격한 변형은 지각 내에서 지구조 응력, 유체압, 단층-단열의 투수성 등의 조건들이 상호작용하여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지진성 파열(seismic rupture)에 의해 단층면을 따른 투수성이 증가하고 주변의 유체가 재분배되며 열수 순환에 의한 광물 침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Sibson, 2001; Weatherley and Henley, 2013). 이 때 유체의 재분배 기작으로서 석션 펌프와 단층 밸브 모델이 제시된 바 있다(Sibson et al., 1975; Sibson, 1981). 이 모델들에서 지구조 응력이 반복적으로 축적되고 해소될 때 발생하는 유체의 재분배 과정은 탄성 변형에너지가 누적되는 시기인 지진 간기(interseismic period), 지진성 파열이 일어나는 동지진기(coseismic period), 그리고 지진 후기(postseismic period)로 나뉘어 설명된다(Sibson, 1994: Fig. 4a). 먼저 석션 펌프 모델은 정수압(hydrostatic pressure: Ph) 근처의 유체압 상태에서 발생하는 유체의 이동을 설명한다. 단층 주변의 유체압은 지진 간기 동안 정수압에 가깝게 유지되다가 동지진기에 단층 및 단열망을 따른 유체의 순간적 재분배에 의해 정수압 아래로 급격히 감소되고, 지진 후기에 다시 정수압으로 복구된다(Fig. 4b). 한편, 단층 밸브 모델은 정암압(lithostatic pressure: Pl)에 가까운 비정상적 유체압 환경에서의 유체 이동을 설명한다. 지진 간기 동안 응력이 누적되어 증가할 때 유체압도 증가하여 수압파쇄(hydraulic fracturing)에 의해 단열들이 형성될 수 있는데, 유체압이 정암압에 가까워져 단층의 재활성 조건인 식 (2)가 만족되는 순간 지진성 파열이 발생한다. 지진성 파열이 발생되면 단층면을 따라 투수성이 급격히 증가하여 마치 수도 밸브를 열 듯 유체의 대규모 이동과 재분배가 발생하며 유체압이 감소한다. 이후 지진 후기에 유체에서 광물 침전이 일어나 단층면이 다시 밀봉(sealing)되고 지진 간기부터 시작하는 상술한 과정이 반복된다(Figs. 4a, b). 석션 펌프 및 단층 밸브 모델이 적용되는 지질학적 환경은 아래에서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진원(focus)에서 시작된 단층 파열이 전파될 때 단층분절들이 아평행하게 중첩(overlap)되거나 안행상 배열(enechelon array)의 단층분절들이 연결되며 계단식으로 배열되는 중첩대(fault jog)가 만들어지기도 하며, 전파방향이 휘는 경우 단층굴곡(fault bend)이 생성되기도 한다. 각각의 중첩대 및 굴곡대는 단층의 운동감각에 따라 인장 또는 압축된다(Fig. 5). 인장형 중첩(dilational fault jog)은 단층 파열의 전파를 방해하며(e.g., Kim et al., 2021), 그 폭이 1km 이상으로 넓은 경우 파열을 완전히 멈출 수 있다(Sibson, 1992a). 이때 파열이 억제되는 중첩대에서 단열망(fracture mesh)이 순간적으로 발생되고, 열린 공간의 발생에 따라 유체압이 정수압 아래로 급격히 감소한다. 낮아진 유체압은 지진 후기에 주변 암석으로부터 유체가 침투함에 따라 회복되고 이때 유체로부터 광물이 침전된다. 이러한 유체 재분배 과정을 석션 펌프 모델로 정의한다(Sibson et al., 1988; Sibson, 1992a, 1994, 2001).
석션 펌프 모델은 인장 또는 전달인장 지구조 환경에서 발생하는 천부지각의 정단층 또는 주향이동단층에 주로 적용된다. 천부지각에서 이러한 모델이 적용되는 이유는 지표 아래 1-2km에서 열수의 비등(boiling)이 잘 발생함에 따라 광물 침전이 용이하기 때문이다(Sibson, 1992a; Robb, 2005). 비등은 유체가 상승할 때 압력이 감소하며 H2O를 포함한 휘발성 물질이 액상으로부터 용리되는 현상이다. 주변 압력이 낮을수록 넓은 온도 범위에서 비등이 발생할 수 있고, 따라서 단열망이 열릴 때 물질의 용해도가 감소하며 광물이 침전된다.
석션 펌프 모델이 정단층 또는 주향이동단층에 주로 적용되는 이유는 아래의 수압 파쇄 조건식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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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장환경에서는 최소주응력축이 수평 방향에 근사하기 때문에 상부 암석기둥의 하중에 의한 응력이 더해지는 압축환경의 최소주응력보다 작은 값을 가진다. 따라서 역단층과는 달리 정단층, 주향이동단층에서는 정수압 근처의 유체압으로도 수압 파쇄가 가능하다(Behrmann, 1991; Sibson, 1992b).
정암압에 가깝거나 오히려 더 큰 값의 유체압으로 설명되는 단층 밸브 모델은 저각의 정단층이나 고각의 역단층과 같이 재활성에 불리한 단층에 적용된다(Fig. 3). 단층 밸브 모델은 특히 고각의 역단층과 연계되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1) 암석기둥의 하중에 의한 최소 주응력이 다른 변형환경에 비해 크기 때문에 식 (8)에 따라 파괴 이전 유체의 과압(overpressure)이 가장 크게 발생할 수 있고, 2) 관련된 인장 단열의 방향이 수평에 가깝기 때문에 다른 변형환경에 비해 파괴 이전까지 유체의 상승에 따른 유출이 적으며, 3) 단층면 경사가 급하여 단층을 따라 이동하는 유체 상승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Sibson, 1994). 이러한 요인들에 의해 고각 단층의 역이동성 활동 시 대규모 유체의 재분배가 효과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단층 밸브 모델은 중부 지각 유체에 의한 조산대형 광상에 주로 적용된다. 단층 밸브 모델에서는 높은 유체압이 필요하기 때문에 파열 이전까지는 유체의 유출이 적어야 한다. 지각 내 탄성마찰영역과 준소성영역의 전이대인 심도 10-15km 구간은 녹색편암상의 변성대로서 전진변성작용(prograde metamorphism)에 따른 광물 침전이 집중되는 저투수층으로 고려된다(Stüwe, 1998: Fig. 1). 이저투수층을 경계로 아래쪽에서는 높은 압력의 변성 유체가, 위쪽에서는 천수가 순환한다(Etheridge et al., 1983: Fig. 6a). 따라서 탄성마찰영역의 기저부에서 높은 유체압에 의해 발생하는 단층활동이 이러한 저투수층을 파괴할 때 단층 밸브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Fig. 6b). 단층을 따라 주입된 조산대형 금광상들의 유체 조성으로부터 추정된 온도-압력 조건이 300-400°C, 2-4kbar로 약 12km 깊이의 지각을 지시한다는 점은 상술한 유체 재분배 과정을 뒷받침한다(Kerrich, 1986; Robert and Kelly, 1987; Weir and Kerrick, 1987; Sibson, 1990).
고각의 역단층을 따라 유체 재분배가 이루어질 수 있는 대표적인 지질학적 환경의 예시로는 인장환경에서 분지의 형성을 제어한 고각의 정단층이 분지 역전 과정에서 역단층으로 재활성되는 경우(Fig. 7a), 전달압축(transpressional) 환경에서 고각의 주향이동단층면을 따라 역이동성 운동이 발생하는 경우(Fig. 7b), 하방으로 이루어지는 물질의 부가(underplating)에 의해 충상단층들이 도미노 회전되어 점차 고각으로 진화하는 경우(Fig. 7c), 망상으로 형성된 저각의 공액상 역단층 또는 전단대가 횡적인 체적 압축(bulk shortening)에 의해 고각으로 변화하는 경우(Fig. 7d) 등이 있다(Sibson, 1990).
단층활동에 수반되는 유체 재분배 과정에 의해 형성된 맥들은 특징적인 구조와 조직을 가진다. 본 논문에서는 Bons(2000)을 참고하여 인장단열을 채우는 인장맥(extension vein), 단층면을 따라 주입된 전단맥(shear vein), 각력상으로 파쇄된 모암 입자들 사이를 채우는 교질물 역할을 하는 각력상 맥(breccia vein)으로 맥을 세분하였다.
석션 펌프와 단층 밸브 모델 모두 지진성 파열을 수반하는 순간적인 취성 변형에 적용되기 때문에 이에 의해 형성된 맥은 공통적인 구조 및 조직적 특성을 보인다. 대표적 특성 중 하나는 주된 단층면을 따라 주입된 대규모의 전단맥과 더불어 그 주변으로 발달하는 수압단열을 채우는 인장맥이다. 지진 간기 동안 단층대 내부에 축적되는 유체압의 상한은 응력 상태에 따라 규제된다. 석션펌프 현상이 주로 발생하는 정단층 또는 주향이동단층 시스템에서는 수평방향인 σ3가 암석기둥에 의해 야기되는 수직 주응력(σv)에 비해 작기 때문에 식 (8)에 따라 비교적 낮은 유체압에 의해 인장맥이 발생될 수 있다. 이때 인장맥의 방향은 아수직하다. 이론상 σv = σ1인 정단층 환경에서 σv = σ2인 주향이동단층 환경보다 축적될 수 있는 유체압의 상한이 낮다(Sibson, 1992b). 한편 단층 밸브 현상이 주로 발생하는 압축성 역단층 환경에서는 σv = σ3이기 때문에 지진 간기동안 인장맥들이 수평 방향으로 형성된다. 맥 형성 이후에도 지속적인 압축응력이 누적되는 경우 수평 방향 인장맥들은 좌굴(buckling)되고 단층 방향의 전단맥은 부딘화(boudinaged)될 수 있다. 주된 단층면을 따라 형성된 전단맥과 가까울수록 특징적으로 인장맥의 빈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된다(e.g., Cox, 1995; Caine et al., 2010). 또한 단층의 재활성은 응력의 축적과 해소 주기에 따라 반복되기 때문에 지진 간기 동안 발생되는 인장맥과 동지진기에 발생되는 대규모 전단맥이 상호 절단하는 관계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Sibson, 2020). 그러나 단층활동과 관련되어 만들어진 광상에서도 단층면의 각도와 지구조 응력 상태, 마찰계수 등에 따라 인장맥이 형성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석션 펌프 및 단층 밸브 현상의 발생에 대한 절대적인 판단 기준으로 보기는 어렵다(Kolb et al., 2004; Cox, 2010).
맥의 미시적 조직 또한 형성 기작을 반영한다. 맥의 내부 조직은 침전 시 단열작용의 발생 유무 및 규모(유체의 유동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Bons, 2000). 광물이 단열작용과 관계없이 확산에 의해 침전되는 경우 섬유상(fibrous) 조직을 가지는 이향맥(antitaxial vein)이 주로 만들어진다(Oliver and Bons, 2001). 반면, 단열을 따라 흐르는 유체로부터 침전된 맥은 늘어난(stretched) 조직 또는 신장형 괴상(elongate blocky)조직의 동향맥(syntaxial vein)이 주로 발달한다(Woodcock et al., 2007). 특히 수압단열 발생 직후 넓은 단열 공간 내에 유체가 빠르게 유입되는 경우는 광물 성장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기 때문에 괴상(blocky)의 맥이 생성된다(Bons, 2000; Woodcock et al., 2007). 따라서 석션 펌프 또는 단층 밸브 모델에 따라 단층면에 주입된 맥은 괴상 조직을 보이는 동향맥인 경우가 많다. 응력 주기에 따라 반복적으로 파열-밀봉(crack-seal)된 경우, 맥은 층상 조직(crustiform) 또는 내부에 얇은 모암층을 포함하는 리본형 조직(ribbon-texture)을 보이기도 한다(e.g., Cox, 1995; Bons, 2000; Gülyüz et al., 2018; Sibson, 2020). 또한 지진성 파열을 수반하는 대규모 취성 변형 환경에서 유체가 재분배됨에 따라 각력화된 모암이 열수로부터 침전된 광물 기질에 의해 지지되는 각력상 맥이 흔히 관찰된다.
석션 펌프 및 단층 밸브 현상에 의해 형성된 맥은 공통적인 구조 및 조직적 특성을 가지나 각각에서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특징들도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석션 펌프 기작은 인장형 단층 중첩대(dilational fault jog)에서 주로 발생한다. 인장형 단층 중첩대 내 맥상 광체는 사다리형 맥 배열(ladder-vein array), 반곡선 루프형 맥(cymoid loop), 그리고 말꼬리형 맥(horsetail veining) 등의 형태로 다양하게 산출된다(Sibson, 1992a: Fig. 8). 또한 규모가 큰 중첩대에서는 망상 인장맥 및 전단맥이 나타날 수 있다(Fig. 8). 반면 단층 밸브 현상은 탄성마찰영역과 준소성영역의 전이대에서 주로 일어나기 때문에 노두 및 현미경 하에서 취성-연성 변형이 복합적으로 관찰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단층 또는 단열이 선-면 관통상조직(L-S tectonite fabric)과 함께 나타나거나(Sibson et al., 1988), 맥이 엽리와 함께 회전되고 내부 석영입자가 재결정될 수 있다(Frost et al., 2011). 하지만 취성, 연성변형의 발생에 시공간적 차이가 있었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 깊은 관찰과 해석이 필요하다(Blenkinsop et al., 2018). 압축 환경 하에서 단층 밸브 현상에 의해 형성된 열수광상의 전형적인 구조 및 조직적 특징은 Fig. 9에 도식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석션 펌프 모델은 주로 천열수 광상에 적용되고, 특히 인장형 단층 중첩대에서의 유체 재분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석션 펌프 기작으로 형성된 대표적인 광상으로 뉴질랜드 하우라키(Hauraki) 금 광화대의 마사(Martha) 광상이 있다(Sibson, 1987). 한편 단층 밸브 기작은 압축성 변형환경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조산형 금 광상에서 그 예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산형 금광상은 수렴형 판경계의 압축 또는 전달압축 환경에서 형성된 광상으로, 광화 심도에 따라 천지성(epizonal), 중지성(mesozonal), 심지성(hypozonal) 광상으로 분류된다(Groves et al., 1998). 세계적으로 많은 조산형 금광상들의 성인이 단층 밸브모델로 설명되는데, 이 중 시생누대의 캐나다 아비티비 골드 벨트(Abitibi gold belt)와 중생대 마더 로드 골드 벨트(Mother Lode gold belt)는 단층 밸브 기작으로 형성된 금 광화대의 전형적인 예시이다(Sibson et al., 1988; Boullier and Robert, 1992; Böhlke, 1999; Sibson, 2020). 한국의 열수 금광상들의 경우 석션 펌프 또는 단층 밸브 모델로 그 형성 기작을 해석한 사례는 거의 없으나, 아래와 같은 기존 연구 결과들을 참고하였을 때 해당 이론들에 대한 적용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반도 전역에는 중생대 열수 금광상들이 다수 분포한다. 한반도의 열수 금광상은 Shelton et al.(1988)에 의해 중열수광상, 한국형광상, 그리고 천열수광상으로 분류된 바 있다. 해당 연구에서 한국의 중열수광상은 쥬라기에 약 4.5km 이상 심도의 단층대를 따라 괴상의 맥이 침전된 곳으로, 높은 금/은 비 (5:1-8:1)가 특징이다. 이들 중 열수광상은 대부분 CO2가 포화된 열수로부터 기원되었으며, 약 300-370 °C의 온도 범위를 가진다(Shelton et al., 1988). 한국형 금광상은 백악기에 0.75-1.25 km 심도에서 형성된 광상을 일컫는다. 이러한 유형의 광상과 연계된 열수는 CO2 함량이 적었으며 온도는 225-285°C로 추정된다(So and Shelton, 1987a, b). 천열수광상은 심도 0.75km 이하에서 형성된 광상으로 후기 백악기-초기 고원기의 연대를 가지며 낮은 금/은 비를 보인다(1:10-1:200). 금 광화유체는 CO2 함량이 적은 240°C 이하의 열수로 해석되었다(Park, 1983; So et al., 1987). 이러한 Shelton et al.(1988)의 분류기준을 따르면 옥천대 내에 위치한 태창, 보련 광산 등은 중열수광상, 경기육괴 내 천안 금 광화대의 천보, 일보, 대흥광산 등은 한국형광상, 그리고 경기육괴의 양평-원주 광화대와 금용광산, 경상분지 내 통영 광산 등은 천열수광상에 해당한다(Park, 1983; So and Shelton, 1987a, b; So et al., 1987; Sugaki et al., 1986).
한편, 과거 열수의 온도만으로 구분되던 한국의 열수 금광상들은 최근에는 광상 형성 기작을 기반으로 조산대형(변성수)과 반암-천열수(마그마수)형으로 구분하여 적용되고 있다(Choi et al., 2006). 이 분류에 따르면 쥬라기 대보조산운동과 관련된 단층 및 전단대 내에 형성된 포천, 홍천, 천안 등 경기육괴 내 광상들과 상주, 영동, 보성 등 영남육괴 내 광상들이 심부 조산형 금광상에 해당한다(Shimazaki et al., 1986; So and Shelton, 1987a; So et al., 1999a, b; Choi et al., 2005a). 쥬라기 화강암류는 비교적 지각 심부 고압 환경(3.4-7.9 kbar)에서 정치되었으며, 많은 금광상들이 이를 관계화성암으로 하여 후기 쥬라기(150±10 Ma)에 형성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Choi et al., 2001 and references therein). 쥬라기 화성활동이 종료된 후 한반도는 한동안 화성활동이 발생하지 않는
마그마 휴지기를 겪었으며, 이후 전기 백악기에 발생한 불국사변동은 천부 화성활동(<2.8 kbar)을 수반하였다(Cho and Kwon, 1994). 백악기 금광상들은 인리형 분지들에 집중된 후조산대형 천부 금광상으로 해석되었으며, 공주-음성 단층계, 영동-광주 단층계, 그리고 경상분지 외곽부에 주로 분포한다(Choi et al., 2005b).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국내에서도 많은 열수 금광상들이 개발 및 연구된 바 있으나 광상을 배태시킨 유체재분배 기작에 대한 설명은 매우 드물다. 향후 금 광화작용이 발생한 중생대 동안 한반도 내에서 발생한 구조 운동과 관련하여 광상의 구조 규제 및 광화 유체의 재분배 과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인리형 분지 내에 집중된 국내 천부 금광상들은 석션 펌프 기작으로 설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근래 Park et al.(2018, 2019)에 의해 경기육괴에서 보고된 중생대 분지 역전 과정에서 고각의 정단층이 역단층으로 재활성됨에 따라 단층 밸브 기작에 의한 조산대형 광상이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향후 한반도의 구조 진화와 지각 내 유체 거동과의 상관관계 및 유체 재분배 모델들을 통해 국내 열수 금광상의 형성 기작을 체계적으로 연구한다면 추가적인 광상 탐사의 효율성을 제고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지원사업(2018R1C1B6003851)에 의해 지원되었으며, 더불어 2021년도 정부(산업통상자원부)의 재원으로 해외자원개발협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데어터사이언스 기반 석유·가스 탐사 컨소시엄). 논문의 질적 향상을 위해 유익한 조언을 주신 두 익명의 심사위원께 감사를 표한다.
Econ. Environ. Geol. 2022; 55(2): 183-195
Published online April 30, 2022 https://doi.org/10.9719/EEG.2022.55.2.183
Copyright © THE KOREAN SOCIETY OF ECONOMIC AND ENVIRONMENTAL GEOLOGY.
Yujung Kwak, Seung-Ik Park*, Changyun Park
Department of Geology,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Daegu 41566, South Korea
Correspondence to:*Corresponding author : psi@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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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drothermal gold deposits are evidence of intensive fluid flow through fault zones, and the resultant vein structures and textures reflect the fluid redistribution mechanism. This review introduces the suction pump and fault valve models as fluid circulation mechanisms causing hydrothermal gold deposits in the frameworks of the concepts of fault mechanics. The suction pump and fault valve models describe faulting-driven heterogeneous fluid flow and related vein formation mechanisms, accompanied by the cycles of (1) stress accumulation and fluid pressure build-up and (2) seismic rupture and stress/fluid pressure release. The models are available under different geological environments (stress conditions), and the vein structures and textures representing the mechanisms have similarities and differences. The suction pump and fault valve models must help better to interpret the origins of hydrothermal gold deposits in Korea and improve the efficiency of further exploration.
Keywords Fault Reactivation, Hydrothermal Gold Deposit, Fluid Pressure, Suction Pump Model, Fault Valve Model
곽유정 · 박승익* · 박창윤
경북대학교 지질학과
열수 금광상은 단층대 내에서 일어나는 열수 유체의 폭발적 흐름의 증거이며,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맥의 구조 및 조직은 열수유체 재분배 기작을 반영한다. 본 리뷰 논문에서는 열수 금광상의 형성을 야기하는 지각 내 유체 순환의 기작으로서 석션 펌프와 단층 밸브 모델을 소개하고 단층역학적인 측면에서 검토한다. 석션 펌프와 단층 밸브 모델은 (1) 지구조 응력의 누적과 유체압의 증가, (2) 지진성 단층파열에 따른 지구조 응력의 해소와 유체압의 감소가 주기적으로 발생됨에 따라 단층을 통해 불균질하게 발생하는 유체의 이동 및 맥의 형성 기작이다. 두 기작들이 작동하는 지질학적 환경과 응력 조건은 서로 상이하며, 결과적으로 형성된 맥의 구조 및 조직적 특성은 서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진다. 석션 펌프와 단층 밸브 모델은 향후 한국의 열수 금광상의 구조적 성인을 정교하게 해석하고 추가적인 탐사의 효율성을 제고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주요어 단층 재활성, 열수 금광상, 유체압, 석션 펌프 모델, 단층 밸브 모델
Seismic faulting controls crustal fluid redistribution and hydrothermal gold mineralization.
The suction-pump mechanism is available in normal fault and strike-slip fault regimes.
The fault valve model is related to high-angle reverse faulting.
열수 금 광상의 형성은 전단대, 단층, 그리고 단열과 같은 지질구조에 의해 제어된다(Cox et al., 2001). 지각을 이루는 암석의 투수성을 고려하였을 때 확산을 통해서만 유체가 이동할 경우 광상 형성에 수백만년 이상의 매우 긴 시간이 소요된다(Townend and Zoback, 2000; Micklethwaite et al., 2015). 하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인 유체의 흐름이 발생하기는 어려우며 일반적으로 열수 금광 상의 형성에는 순간적인 투수성 증가를 야기하는 변형작용이 수반된다(Blenkinsop et al., 2020). 특히 조산형 금광상에서의 함금 석영맥은 그 자체로 열수의 폭발적 흐름의 증거가 되는데, 이는 광상이 형성되는 온도에서 석영과 금의 용해도가 낮기 때문이다(Loucks and Mavrogenes, 1999). 따라서 지각의 변형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유체의 재분배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금 광상의 성인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무결암이 파괴되는 경우, 지표에 수직인 주응력이 최소 주응력(σ3)이면 저각의 역단층, 중간 주응력(σ2)이면 수직의 주향이동단층, 최대 주응력(σ1)이면 고각의 정단층이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Anderson, 1905). 다만 단층활동은 무결암의 파괴보다 기존의 불연속면이 재활성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새로운 응력 환경에서 기존의 불연속면이 주응력축과 이루는 각관계에 따라 재활성 가능성이 결정된다(Sibson, 1985; Morris et al., 1996). 재활성 가능성이 낮은 자세를 가지는 불연속면이 재활성 되기 위해서는 높은 유체압 혹은 낮은 마찰계수가 필요하다. 그 조건이 만족되면 역학적으로 역설적인 저각의 정단층 혹은 고각의 역단층이 발생할 수 있다. 높은 유체압의 영향으로 기존 불연속면이 재활성되어 단층활동이 발생되는 경우 상당한 양의 유체 재분배가 이루어진다. Sibson(1981)은 이러한 유체의 재분배 과정을 유체압 상한에 따라 천부에서 주로 적용되는 석션 펌프 모델(suction pump model)과 중부-심부에서 주로 적용되는 단층 밸브모델(fault valve model)로 구분하여 제시하였다. 이 기작들은 많은 양의 광물 침전을 유발하기 때문에 광상의 구조 규제에 관한 연구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e.g. Cox, 1995; Nguyen et al., 1998; Caine et al., 2010; Peterson and Mavrogenes, 2014; Shelly et al., 2015; Zhou et al., 2021).
한반도에는 약 700개의 금-은 광상이 분포한다(Choi et al., 2006). 이들 광상 역시 단층이나 단열에 의해 규제되어 분포하나 광상 배태와 관련된 구조지질학적 연구는 제한적으로 수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e.g. Lee et al., 1995; Koh et al., 2003; Yang et al., 2013). 이들 연구들 조차도 대부분 단층의 기하적 특성과 운동학적 모델에 의존하였으며 단층 해석의 역학적 접근과 더불어 단층활동에 따른 유체압의 주기적 변화와 유체 이동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설명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본 리뷰 논문에서는 지각 내 열수 금광상을 형성하는 유체 재분배의 기작으로서 석션 펌프 모델과 단층 밸브 모델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단층활동의 기작과 더불어 불연속면과 주응력축의 기하적 관계에 따른 단층 재활성의 조건에 대해 서술한다. 이어서 응력 변화의 주기에 따른 반복적인 단층의 재활성과 유체의 재분배 과정에 대해 설명한다. 각각의 유체 재분배 기작이 어떠한 응력 환경(지질학적 환경)에서 중요하게 작동되는지 정리한 후 이들과 관련된 지질구조 및 맥 조직에 대해 고찰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내 열수 금광상들에 대한 구조지질학적 연구 시 유체 재분배 모델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지각은 작용되는 변형 기작에 따라 탄성마찰영역(elasticofrictional regime)과 준소성영역(quasi-plastic regime)으로 구분된다(Sibson, 1977). 탄성마찰영역에서 암석은 편향응력(deviatoric stress)이 가해졌을 때 주로 취성변형된다. 취성변형은 입자 경계에서의 마찰 미끌림(frictional sliding), 입자의 회전(grain rotation), 입자의 파열(grain fracture)에 의해 발생한다. 한편 준소성영역에서는 확산 포행(diffusion creep), 전위 포행(dislocation creep), 쌍정 형성(twinning)등의 기작에 의한 연성변형이 주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약 25℃/km의 지온구배를 가지는 규장질 지각에서 약 14km 심도를 기준으로 그 상부와 하부를 각기 탄성마찰 영역과 준소성영역으로 정의한다(Twiss and Moores, 1992; Sibson, 2001).
각 영역에서의 변형 기작이 상이하기 때문에 전단변형 집중 구간을 이루는 단층암의 종류 역시 서로 다르다. 점착력이 없는 단층비지(fault gouge) 또는 단층각력암(fault breccia)은 심도 약 4km 이내 천부지각에서 만들어진다(Sibson, 1977). 이보다 깊은 심도의 탄성마찰영역에서는 점착력을 가지는 파쇄암(cataclasite)이 발달한다. 파쇄암은 기질의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원파쇄암(protocataclasite), 파쇄암(cataclasite), 초파쇄암(ultracataclasite)으로 세분된다. 탄성마찰영역에서의 단층활동 시 단층면의 마찰열에 의해 부분용융이 발생되면 유리질의 슈도타킬라이트(pseudotachylite)가 생성되기도 한다(Allen, 1979). 반면 준소성영역에서는 전단변형의 집중에 의해 점착력과 엽리를 가지는 압쇄암(mylonite)이 주로 형성된다. 압쇄암역시 기질의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원압쇄암(protomylonite) 압쇄암(mylonite), 초압쇄암(ultramylonite)으로 세분된다. 상술한 바와 같이 전단변형 집중 구간을 이루는 단층암의 유형이 위치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보를 통해 단층활동이 발생한 지각 영역을 유추할 수 있다(Sibson, 1977, 1986; Scholz, 1988: Fig. 1).
단층활동은 빠르고 일시적인 지진성 미끌림(seismic slip)과 느리고 지속적인 비지진성 미끌림(aseismic slip)으로 구분된다. 이 중 광상이 형성될 만큼 많은 양의 유체 흐름을 수반하는 것은 탄성마찰영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지진성 단층활동이며 그 조건은 아래와 같다.
탄성마찰영역 내 무결암에서 단층활동이 발생되는 경우 암석의 파괴는 모어-쿨롱(Mohr-Coulomb)의 기준으로 설명된다(Nadai, 1950).
(
그러나 대륙 내부 탄성마찰영역에서의 변형은 무결암의 파괴보다는 기존 불연속면의 재활성에 의해 주로 발생한다(Sibson, 1985). 기존 불연속면이 점착력을 가지지 않는다고 가정하였을 때 암석의 파괴는 바이얼리(Byerlee)의 기준을 따른다(Byerlee, 1978).
주응력 σ1, σ2, σ3의 삼축 응력상태에서 σ1방향과
유체압이 존재할 경우 암석에 가해지는 유효응력은 아래와 같이 표현된다(Hubbert and Rubey, 1959).
식 (3)과 (4)를 이용해 식 (2)를 최대 및 최소 유효 주응력의 식으로 다시 표현할 수 있다.
단층이 재활성될 때의 최대 유효 주응력과 최소 유효 주응력의 비를
식(7)을 미분하면 단층 재활성의 최적화 조건인 R의 최소값
식 (7)은 단층면과 최대 주응력축의 각관계(
일반적으로 열수광상의 형성에는 단열 발달, 단층 미끄러짐 등 비교적 빠른 기간 내에 발생하는 변형이 수반된다(Cox et al., 2001; Robb, 2005; Blenkinsop et al., 2018, 2020). 특히 단층활동과 같이 지진을 수반하는 급격한 변형은 지각 내에서 지구조 응력, 유체압, 단층-단열의 투수성 등의 조건들이 상호작용하여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지진성 파열(seismic rupture)에 의해 단층면을 따른 투수성이 증가하고 주변의 유체가 재분배되며 열수 순환에 의한 광물 침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Sibson, 2001; Weatherley and Henley, 2013). 이 때 유체의 재분배 기작으로서 석션 펌프와 단층 밸브 모델이 제시된 바 있다(Sibson et al., 1975; Sibson, 1981). 이 모델들에서 지구조 응력이 반복적으로 축적되고 해소될 때 발생하는 유체의 재분배 과정은 탄성 변형에너지가 누적되는 시기인 지진 간기(interseismic period), 지진성 파열이 일어나는 동지진기(coseismic period), 그리고 지진 후기(postseismic period)로 나뉘어 설명된다(Sibson, 1994: Fig. 4a). 먼저 석션 펌프 모델은 정수압(hydrostatic pressure: Ph) 근처의 유체압 상태에서 발생하는 유체의 이동을 설명한다. 단층 주변의 유체압은 지진 간기 동안 정수압에 가깝게 유지되다가 동지진기에 단층 및 단열망을 따른 유체의 순간적 재분배에 의해 정수압 아래로 급격히 감소되고, 지진 후기에 다시 정수압으로 복구된다(Fig. 4b). 한편, 단층 밸브 모델은 정암압(lithostatic pressure: Pl)에 가까운 비정상적 유체압 환경에서의 유체 이동을 설명한다. 지진 간기 동안 응력이 누적되어 증가할 때 유체압도 증가하여 수압파쇄(hydraulic fracturing)에 의해 단열들이 형성될 수 있는데, 유체압이 정암압에 가까워져 단층의 재활성 조건인 식 (2)가 만족되는 순간 지진성 파열이 발생한다. 지진성 파열이 발생되면 단층면을 따라 투수성이 급격히 증가하여 마치 수도 밸브를 열 듯 유체의 대규모 이동과 재분배가 발생하며 유체압이 감소한다. 이후 지진 후기에 유체에서 광물 침전이 일어나 단층면이 다시 밀봉(sealing)되고 지진 간기부터 시작하는 상술한 과정이 반복된다(Figs. 4a, b). 석션 펌프 및 단층 밸브 모델이 적용되는 지질학적 환경은 아래에서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진원(focus)에서 시작된 단층 파열이 전파될 때 단층분절들이 아평행하게 중첩(overlap)되거나 안행상 배열(enechelon array)의 단층분절들이 연결되며 계단식으로 배열되는 중첩대(fault jog)가 만들어지기도 하며, 전파방향이 휘는 경우 단층굴곡(fault bend)이 생성되기도 한다. 각각의 중첩대 및 굴곡대는 단층의 운동감각에 따라 인장 또는 압축된다(Fig. 5). 인장형 중첩(dilational fault jog)은 단층 파열의 전파를 방해하며(e.g., Kim et al., 2021), 그 폭이 1km 이상으로 넓은 경우 파열을 완전히 멈출 수 있다(Sibson, 1992a). 이때 파열이 억제되는 중첩대에서 단열망(fracture mesh)이 순간적으로 발생되고, 열린 공간의 발생에 따라 유체압이 정수압 아래로 급격히 감소한다. 낮아진 유체압은 지진 후기에 주변 암석으로부터 유체가 침투함에 따라 회복되고 이때 유체로부터 광물이 침전된다. 이러한 유체 재분배 과정을 석션 펌프 모델로 정의한다(Sibson et al., 1988; Sibson, 1992a, 1994, 2001).
석션 펌프 모델은 인장 또는 전달인장 지구조 환경에서 발생하는 천부지각의 정단층 또는 주향이동단층에 주로 적용된다. 천부지각에서 이러한 모델이 적용되는 이유는 지표 아래 1-2km에서 열수의 비등(boiling)이 잘 발생함에 따라 광물 침전이 용이하기 때문이다(Sibson, 1992a; Robb, 2005). 비등은 유체가 상승할 때 압력이 감소하며 H2O를 포함한 휘발성 물질이 액상으로부터 용리되는 현상이다. 주변 압력이 낮을수록 넓은 온도 범위에서 비등이 발생할 수 있고, 따라서 단열망이 열릴 때 물질의 용해도가 감소하며 광물이 침전된다.
석션 펌프 모델이 정단층 또는 주향이동단층에 주로 적용되는 이유는 아래의 수압 파쇄 조건식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
(
인장환경에서는 최소주응력축이 수평 방향에 근사하기 때문에 상부 암석기둥의 하중에 의한 응력이 더해지는 압축환경의 최소주응력보다 작은 값을 가진다. 따라서 역단층과는 달리 정단층, 주향이동단층에서는 정수압 근처의 유체압으로도 수압 파쇄가 가능하다(Behrmann, 1991; Sibson, 1992b).
정암압에 가깝거나 오히려 더 큰 값의 유체압으로 설명되는 단층 밸브 모델은 저각의 정단층이나 고각의 역단층과 같이 재활성에 불리한 단층에 적용된다(Fig. 3). 단층 밸브 모델은 특히 고각의 역단층과 연계되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1) 암석기둥의 하중에 의한 최소 주응력이 다른 변형환경에 비해 크기 때문에 식 (8)에 따라 파괴 이전 유체의 과압(overpressure)이 가장 크게 발생할 수 있고, 2) 관련된 인장 단열의 방향이 수평에 가깝기 때문에 다른 변형환경에 비해 파괴 이전까지 유체의 상승에 따른 유출이 적으며, 3) 단층면 경사가 급하여 단층을 따라 이동하는 유체 상승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Sibson, 1994). 이러한 요인들에 의해 고각 단층의 역이동성 활동 시 대규모 유체의 재분배가 효과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단층 밸브 모델은 중부 지각 유체에 의한 조산대형 광상에 주로 적용된다. 단층 밸브 모델에서는 높은 유체압이 필요하기 때문에 파열 이전까지는 유체의 유출이 적어야 한다. 지각 내 탄성마찰영역과 준소성영역의 전이대인 심도 10-15km 구간은 녹색편암상의 변성대로서 전진변성작용(prograde metamorphism)에 따른 광물 침전이 집중되는 저투수층으로 고려된다(Stüwe, 1998: Fig. 1). 이저투수층을 경계로 아래쪽에서는 높은 압력의 변성 유체가, 위쪽에서는 천수가 순환한다(Etheridge et al., 1983: Fig. 6a). 따라서 탄성마찰영역의 기저부에서 높은 유체압에 의해 발생하는 단층활동이 이러한 저투수층을 파괴할 때 단층 밸브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Fig. 6b). 단층을 따라 주입된 조산대형 금광상들의 유체 조성으로부터 추정된 온도-압력 조건이 300-400°C, 2-4kbar로 약 12km 깊이의 지각을 지시한다는 점은 상술한 유체 재분배 과정을 뒷받침한다(Kerrich, 1986; Robert and Kelly, 1987; Weir and Kerrick, 1987; Sibson, 1990).
고각의 역단층을 따라 유체 재분배가 이루어질 수 있는 대표적인 지질학적 환경의 예시로는 인장환경에서 분지의 형성을 제어한 고각의 정단층이 분지 역전 과정에서 역단층으로 재활성되는 경우(Fig. 7a), 전달압축(transpressional) 환경에서 고각의 주향이동단층면을 따라 역이동성 운동이 발생하는 경우(Fig. 7b), 하방으로 이루어지는 물질의 부가(underplating)에 의해 충상단층들이 도미노 회전되어 점차 고각으로 진화하는 경우(Fig. 7c), 망상으로 형성된 저각의 공액상 역단층 또는 전단대가 횡적인 체적 압축(bulk shortening)에 의해 고각으로 변화하는 경우(Fig. 7d) 등이 있다(Sibson, 1990).
단층활동에 수반되는 유체 재분배 과정에 의해 형성된 맥들은 특징적인 구조와 조직을 가진다. 본 논문에서는 Bons(2000)을 참고하여 인장단열을 채우는 인장맥(extension vein), 단층면을 따라 주입된 전단맥(shear vein), 각력상으로 파쇄된 모암 입자들 사이를 채우는 교질물 역할을 하는 각력상 맥(breccia vein)으로 맥을 세분하였다.
석션 펌프와 단층 밸브 모델 모두 지진성 파열을 수반하는 순간적인 취성 변형에 적용되기 때문에 이에 의해 형성된 맥은 공통적인 구조 및 조직적 특성을 보인다. 대표적 특성 중 하나는 주된 단층면을 따라 주입된 대규모의 전단맥과 더불어 그 주변으로 발달하는 수압단열을 채우는 인장맥이다. 지진 간기 동안 단층대 내부에 축적되는 유체압의 상한은 응력 상태에 따라 규제된다. 석션펌프 현상이 주로 발생하는 정단층 또는 주향이동단층 시스템에서는 수평방향인 σ3가 암석기둥에 의해 야기되는 수직 주응력(σv)에 비해 작기 때문에 식 (8)에 따라 비교적 낮은 유체압에 의해 인장맥이 발생될 수 있다. 이때 인장맥의 방향은 아수직하다. 이론상 σv = σ1인 정단층 환경에서 σv = σ2인 주향이동단층 환경보다 축적될 수 있는 유체압의 상한이 낮다(Sibson, 1992b). 한편 단층 밸브 현상이 주로 발생하는 압축성 역단층 환경에서는 σv = σ3이기 때문에 지진 간기동안 인장맥들이 수평 방향으로 형성된다. 맥 형성 이후에도 지속적인 압축응력이 누적되는 경우 수평 방향 인장맥들은 좌굴(buckling)되고 단층 방향의 전단맥은 부딘화(boudinaged)될 수 있다. 주된 단층면을 따라 형성된 전단맥과 가까울수록 특징적으로 인장맥의 빈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된다(e.g., Cox, 1995; Caine et al., 2010). 또한 단층의 재활성은 응력의 축적과 해소 주기에 따라 반복되기 때문에 지진 간기 동안 발생되는 인장맥과 동지진기에 발생되는 대규모 전단맥이 상호 절단하는 관계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Sibson, 2020). 그러나 단층활동과 관련되어 만들어진 광상에서도 단층면의 각도와 지구조 응력 상태, 마찰계수 등에 따라 인장맥이 형성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석션 펌프 및 단층 밸브 현상의 발생에 대한 절대적인 판단 기준으로 보기는 어렵다(Kolb et al., 2004; Cox, 2010).
맥의 미시적 조직 또한 형성 기작을 반영한다. 맥의 내부 조직은 침전 시 단열작용의 발생 유무 및 규모(유체의 유동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Bons, 2000). 광물이 단열작용과 관계없이 확산에 의해 침전되는 경우 섬유상(fibrous) 조직을 가지는 이향맥(antitaxial vein)이 주로 만들어진다(Oliver and Bons, 2001). 반면, 단열을 따라 흐르는 유체로부터 침전된 맥은 늘어난(stretched) 조직 또는 신장형 괴상(elongate blocky)조직의 동향맥(syntaxial vein)이 주로 발달한다(Woodcock et al., 2007). 특히 수압단열 발생 직후 넓은 단열 공간 내에 유체가 빠르게 유입되는 경우는 광물 성장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기 때문에 괴상(blocky)의 맥이 생성된다(Bons, 2000; Woodcock et al., 2007). 따라서 석션 펌프 또는 단층 밸브 모델에 따라 단층면에 주입된 맥은 괴상 조직을 보이는 동향맥인 경우가 많다. 응력 주기에 따라 반복적으로 파열-밀봉(crack-seal)된 경우, 맥은 층상 조직(crustiform) 또는 내부에 얇은 모암층을 포함하는 리본형 조직(ribbon-texture)을 보이기도 한다(e.g., Cox, 1995; Bons, 2000; Gülyüz et al., 2018; Sibson, 2020). 또한 지진성 파열을 수반하는 대규모 취성 변형 환경에서 유체가 재분배됨에 따라 각력화된 모암이 열수로부터 침전된 광물 기질에 의해 지지되는 각력상 맥이 흔히 관찰된다.
석션 펌프 및 단층 밸브 현상에 의해 형성된 맥은 공통적인 구조 및 조직적 특성을 가지나 각각에서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특징들도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석션 펌프 기작은 인장형 단층 중첩대(dilational fault jog)에서 주로 발생한다. 인장형 단층 중첩대 내 맥상 광체는 사다리형 맥 배열(ladder-vein array), 반곡선 루프형 맥(cymoid loop), 그리고 말꼬리형 맥(horsetail veining) 등의 형태로 다양하게 산출된다(Sibson, 1992a: Fig. 8). 또한 규모가 큰 중첩대에서는 망상 인장맥 및 전단맥이 나타날 수 있다(Fig. 8). 반면 단층 밸브 현상은 탄성마찰영역과 준소성영역의 전이대에서 주로 일어나기 때문에 노두 및 현미경 하에서 취성-연성 변형이 복합적으로 관찰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단층 또는 단열이 선-면 관통상조직(L-S tectonite fabric)과 함께 나타나거나(Sibson et al., 1988), 맥이 엽리와 함께 회전되고 내부 석영입자가 재결정될 수 있다(Frost et al., 2011). 하지만 취성, 연성변형의 발생에 시공간적 차이가 있었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 깊은 관찰과 해석이 필요하다(Blenkinsop et al., 2018). 압축 환경 하에서 단층 밸브 현상에 의해 형성된 열수광상의 전형적인 구조 및 조직적 특징은 Fig. 9에 도식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석션 펌프 모델은 주로 천열수 광상에 적용되고, 특히 인장형 단층 중첩대에서의 유체 재분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석션 펌프 기작으로 형성된 대표적인 광상으로 뉴질랜드 하우라키(Hauraki) 금 광화대의 마사(Martha) 광상이 있다(Sibson, 1987). 한편 단층 밸브 기작은 압축성 변형환경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조산형 금 광상에서 그 예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산형 금광상은 수렴형 판경계의 압축 또는 전달압축 환경에서 형성된 광상으로, 광화 심도에 따라 천지성(epizonal), 중지성(mesozonal), 심지성(hypozonal) 광상으로 분류된다(Groves et al., 1998). 세계적으로 많은 조산형 금광상들의 성인이 단층 밸브모델로 설명되는데, 이 중 시생누대의 캐나다 아비티비 골드 벨트(Abitibi gold belt)와 중생대 마더 로드 골드 벨트(Mother Lode gold belt)는 단층 밸브 기작으로 형성된 금 광화대의 전형적인 예시이다(Sibson et al., 1988; Boullier and Robert, 1992; Böhlke, 1999; Sibson, 2020). 한국의 열수 금광상들의 경우 석션 펌프 또는 단층 밸브 모델로 그 형성 기작을 해석한 사례는 거의 없으나, 아래와 같은 기존 연구 결과들을 참고하였을 때 해당 이론들에 대한 적용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반도 전역에는 중생대 열수 금광상들이 다수 분포한다. 한반도의 열수 금광상은 Shelton et al.(1988)에 의해 중열수광상, 한국형광상, 그리고 천열수광상으로 분류된 바 있다. 해당 연구에서 한국의 중열수광상은 쥬라기에 약 4.5km 이상 심도의 단층대를 따라 괴상의 맥이 침전된 곳으로, 높은 금/은 비 (5:1-8:1)가 특징이다. 이들 중 열수광상은 대부분 CO2가 포화된 열수로부터 기원되었으며, 약 300-370 °C의 온도 범위를 가진다(Shelton et al., 1988). 한국형 금광상은 백악기에 0.75-1.25 km 심도에서 형성된 광상을 일컫는다. 이러한 유형의 광상과 연계된 열수는 CO2 함량이 적었으며 온도는 225-285°C로 추정된다(So and Shelton, 1987a, b). 천열수광상은 심도 0.75km 이하에서 형성된 광상으로 후기 백악기-초기 고원기의 연대를 가지며 낮은 금/은 비를 보인다(1:10-1:200). 금 광화유체는 CO2 함량이 적은 240°C 이하의 열수로 해석되었다(Park, 1983; So et al., 1987). 이러한 Shelton et al.(1988)의 분류기준을 따르면 옥천대 내에 위치한 태창, 보련 광산 등은 중열수광상, 경기육괴 내 천안 금 광화대의 천보, 일보, 대흥광산 등은 한국형광상, 그리고 경기육괴의 양평-원주 광화대와 금용광산, 경상분지 내 통영 광산 등은 천열수광상에 해당한다(Park, 1983; So and Shelton, 1987a, b; So et al., 1987; Sugaki et al., 1986).
한편, 과거 열수의 온도만으로 구분되던 한국의 열수 금광상들은 최근에는 광상 형성 기작을 기반으로 조산대형(변성수)과 반암-천열수(마그마수)형으로 구분하여 적용되고 있다(Choi et al., 2006). 이 분류에 따르면 쥬라기 대보조산운동과 관련된 단층 및 전단대 내에 형성된 포천, 홍천, 천안 등 경기육괴 내 광상들과 상주, 영동, 보성 등 영남육괴 내 광상들이 심부 조산형 금광상에 해당한다(Shimazaki et al., 1986; So and Shelton, 1987a; So et al., 1999a, b; Choi et al., 2005a). 쥬라기 화강암류는 비교적 지각 심부 고압 환경(3.4-7.9 kbar)에서 정치되었으며, 많은 금광상들이 이를 관계화성암으로 하여 후기 쥬라기(150±10 Ma)에 형성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Choi et al., 2001 and references therein). 쥬라기 화성활동이 종료된 후 한반도는 한동안 화성활동이 발생하지 않는
마그마 휴지기를 겪었으며, 이후 전기 백악기에 발생한 불국사변동은 천부 화성활동(<2.8 kbar)을 수반하였다(Cho and Kwon, 1994). 백악기 금광상들은 인리형 분지들에 집중된 후조산대형 천부 금광상으로 해석되었으며, 공주-음성 단층계, 영동-광주 단층계, 그리고 경상분지 외곽부에 주로 분포한다(Choi et al., 2005b).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국내에서도 많은 열수 금광상들이 개발 및 연구된 바 있으나 광상을 배태시킨 유체재분배 기작에 대한 설명은 매우 드물다. 향후 금 광화작용이 발생한 중생대 동안 한반도 내에서 발생한 구조 운동과 관련하여 광상의 구조 규제 및 광화 유체의 재분배 과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인리형 분지 내에 집중된 국내 천부 금광상들은 석션 펌프 기작으로 설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근래 Park et al.(2018, 2019)에 의해 경기육괴에서 보고된 중생대 분지 역전 과정에서 고각의 정단층이 역단층으로 재활성됨에 따라 단층 밸브 기작에 의한 조산대형 광상이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향후 한반도의 구조 진화와 지각 내 유체 거동과의 상관관계 및 유체 재분배 모델들을 통해 국내 열수 금광상의 형성 기작을 체계적으로 연구한다면 추가적인 광상 탐사의 효율성을 제고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지원사업(2018R1C1B6003851)에 의해 지원되었으며, 더불어 2021년도 정부(산업통상자원부)의 재원으로 해외자원개발협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데어터사이언스 기반 석유·가스 탐사 컨소시엄). 논문의 질적 향상을 위해 유익한 조언을 주신 두 익명의 심사위원께 감사를 표한다.